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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amera

나의 첫 카메라, Fujifilm Finepix 2600z


 중학교 2학년때, 한참 디지털 기기라든지 컴퓨팅 등을 좋아하고 있을 떄였다. 그 당시에는 하드웨어적으로 들일 돈이 없어서 소프트웨어적인 성능향상에만 관심이 있었다. 하드웨어적 업그레이는 그저 상상속에서만 가능했다.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일 Pc를 뜯고 다시 조립하고 하는 것 뿐이였다. 그러다보니 차라리 새로 무언가를 사서 다뤄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모바일 디바이스가 자연스레 눈에 들어왔다.

 
 그당시에는 디지털 카메라가 일반화되기 꽤나 전이여서 성능도 그다지 좋지 않았던 것이 괜히 비싸기만 했었다. 그저 '사진'보다는 '새로운'형태의 '카메라'라는 점이 끌려서 중학생 신분으로는 엄청난 거금을 들여 무턱대고 나의 첫 카메라를 구입하게 되었다.

 
당시 KODAK의 DX3600과 Fujifilm의 Finepix 2600z가 구매대상이였는데, 엇비슷한 성능, 가격에 DX3600은 동영상에 음성기능이 되고 DOCK 시스템을 지원했던 반면 줌이 2배였고, 2600z는 단순히 3배줌이였다. 지금 스펙을 보면 센서크기, 렌즈밝기, 고감도(그래봐야 ISO200)지원 등 DX3600의 압승이였는데 그땐 정말 단순하게 줌이 좋아보였다. 실제로 DX3600을 샀다면 훨씬 유용하게 사용했을텐데 말이다. 그땐 아무것도 몰랐다. 나름 알아본다고 알아봤는데.

 그 당시 살던 촌동네에선 요즘 그 흔한 카메라폰도 없었고, 디지털 카메라도 초 레어였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시작한 사진은 일찌감치 이것저것 찍어대는 습관을 갖게 해 주었다. 한번 하드가 고장나 1년정도치의 사진을 날려먹긴 했지만 (그당시 만들었던 졸업앨범에 다행히 사진이 남아잇어서 어느정도 복구는 했다) 그뒤로 지금까지 찍은 사진들은 한장도 버리지 않고 모두 모아두고 있다. 신기하게도 그전까지 그렇게 사진찍기를 싫어하던 내가 이때부터 사진 예찬론자 상태까지 발전을 했으니 여러모로 의미가 큰 카메라이다.

 2600z와 함께 중학교까지의 사진을 담고, 고등학교를 올라가자 디지털카메라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사진동아리가 생기기 시작했고, 나도 고등학교 2학년때 사진부에 들어가 조금씩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진을 배우면 배울수록 똑딱이에 대한 불만은 커져갔다. 똑딱이로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건 아니지만, 내가 손을 댈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가능했던 접사만 죽어라 해댔으니. 결국 쫄쫄 굶어가며 돈을 모아 두번째 카메라를 구입하게 되었다.

 필요없어진 2600z는 자금난으로 구입당시 가격의 1/10밖에 안되는 5만원에 쓸쓸하게 팔려나가고 말았다. 지금 생각하면 첫 카메라를 겨우 그 가격에 파느니 소장하는게 나았을텐데 그당시 5만원은 나에게 너무 큰돈이였다. 지금은 작동은 하고 있을까. 그때 찍은 사진은 아직 멀쩡한데.

 내 기억은 중학교때부터, 그것도 사진을 시작하게 된 중학교 2학년때부터 또렷하다. '뭐 좀 예쁜게 없을까'하고 두리번 거리며 조금 더 많이 바라보았던 것이 조금 더 많이 기억이 되었던듯. 그게 사진을 하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인 것 같다.

 


사진 출처 : D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