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kon FM2. 두대를 사용했었는데 LEMIX nFM2를 먼저 사용했었고, 다음으로 오리지널 FM2.>
내가 2600z를 잡기는 커녕 기억조차 없을 때, 아버지는 FM2를 먼저 쓰고 계셨다. 으레 그렇듯 장롱카메라의 대표 주자였던 Nikon의 FM2였고, MF Nikkor 50mm f1.4에 국산렌즈인 POLAR 80-200mm의 구성이었다. 스트로보는 뭔지 기억은 안 나는 서드파티군이였고, 역시 가방 안에는 각종 특수효과 필터등 쓸모없는 지출요인과 청소도구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역시.
예전 갓난아기 때 유모차에 앉아있는 내 사진이 기억난다. 다른 사진은 참 어색하고 (예전엔 카메라 렌즈 앞에 서는 것을 죽도록 싫어했다) 그랬는데 그 사진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잘 나온 것. 그땐 몰랐는데, 나중에 전체적인 화각이나 배경날림을 봐선 이게 FM2에 50.4로 찍은 사진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처음 접했을 카메라를 본격적으로 사진을 한다고 아버지께 허락을 구해 내가 갖게 되었다. 당시 엄청난 가격을 주고 구입하느라 어머니와 다툼도 많았다고 들었는데, 결국 지금 가장 대중적인 입문용 수동기가 되었으니, 세월이란게 참 대단하고도 아이러니한 것 같다.
FM2가 처음으로 쓰는 필름카메이다 보니 어려움도 많았다. 그저 셔터만 누르면 찍히는 디지털 카메라와는 달리 필름의 선택부터 장전방식까지 모두 어색했고, 찍힌 것이 바로 보이는 디지털 카메라로 먼저 사진을 시작하다보니 셔터를 눌러도 뭔가 뜨지 않는다는 것이 어찌나 적응하기 힘들었던지. 필름가격에 현상, 인화, 스캔 가격 이 또한 장난이 아니였다. 네거티브 필름을 쓸 때는 그나마 나았지만, 이것도 슬라이드 필름으로 넘어오면서 36장짜리 사진을 찍는 것이 무척이나 부담되는 일이였다. 그때는 스캐너도 없었고, 현상소에게 모든 과정을 넘겼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런 모든 불편한 부분을 감수하고도 필름을 썼던 이유는, 당시로서는 필름의 매력이라기보다는 디지털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였다. full frame 디지털바디, 아니 단순히 DSLR 카메라의 가격은 나에겐 다가갈 수조차 없는 높은 벽이였으니까.
필름, 그것도 완전 수동기를 쓰다보면 카메라의 원리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디지털 바디처럼 꽉 막혀서 쳐다볼 수도 없는 그런 구조가 아닌, 렌즈를 교환하면서, 필름을 교환하면서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기계식 카메라. 어떻게 상이 필름에 맺히게 되는지, 빛이 어떻게 렌즈를 통과해서 적정 노출이 결정되어 노광이 되는지를 자세하게, 그것도 매우 쉽게 알 수 있다. 아직도 사진을 처음 시작하려면 기계식 필름카메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물론 찍어본 만큼 느는 사진의 특성상 디지털이 좋을지 모르겠지만 좀 더 다방면으로, 그리고 카메라라는 기계를 더욱 자세하게 알고 싶다면, 필름 수동카메라로 시작하는 것이 낫다고 나도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은 그 물결이 DSLR의 대중화로 넘어갔지만, 예전에 한창 클래식 카메라가 대 유행이었던 적이 있다. 너도나도 클래식한 필름카메라를 쓰면서 필름의 매력에 대해 떠들고 다녔던. '대중화'는 양날의 검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비주류였던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좋지만, 너무나 형식적인 겉모습에 치중하는 모습으로 탈바꿈해버리는 것. 그런 다음에 또 유행이 식으면 다시 잊혀지는. 개인적으로 그런 경향을 좋아하지 않는다. 원래 하던 것이 세간의 집중을 받다가 잊혀져 버리면 원래 순수하게 좋아하던 사람들은 아직도 그런 구닥다리 유행을 타고 있냐는 달갑지 않은 시선을 이겨내야 한다. 그나마 사진은 좀 그런 시선이 덜해서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것도 '복고'의 일환일지도. 아무리 시대가 빠르게 변한다 해도 일정 주기가 있기 마련이다. 항상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한번쯤 뒤를 돌아보게 되고, 예전의 것, 오래된 것은 다시금 주목을 받는다. 신구의 공존. 항상 그렇게 나아간다. 사람은 0과 1로 사고를 하는 기계가 아니다보니, 흑 아니면 백의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에 이론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을 느끼게 되는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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