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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

첫 다이어리, monopoly : To make plans Ver.3

 사실 첫 다이어리는 아닌데, 사실상 제대로 쓰기 시작한 다이어리. 첫 다이어리는 내가 선물해달라고 졸라서 받은 거였는데, 좀 쓰다가 금세 방법을 몰라 헤매다가 결국 그만두고 말았다. 귀국후 휴가중에 ETPFEST 전야제를 보러 가기 전, 잠깐 여기저기 쇼핑하다가 디자인 문구를 다루는 곳에 발견한 다이어리. 이젠 한번 써볼까- 하는 마음으로 주워들었다가, 가격을 보고 일시 좌절. 하지만 그때는 내 평생 가장 돈이 많았을 때였고, 다이어리부터 펜, 필통에 스티커고 어쩌고 해서 나름 입문 풀셋을 카드로 샤샥 긁었다. 그게 첫 시작이였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다이어리 투멕플 3번째 버전, monopoly 제품. 사진 출처 : 1300K>

 그때는 아예 디자인문구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을 때고, 그저 심플한 디자인과 구성에 반해서 사게 되었다. 레바논에서 한참 '육군수첩꾸미기'에 열중하던 때, 다이어리 꾸미기 카페에서 나온 '다이어리꾸미기'라는 책을 보게 되었고, 그 책을 읽은 후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되었다. 말 그대로 새로운 세상. 예전부터 학용품에는 괜시리 집착을 했었다. 중학교 때부터 하이테크가 아닌 볼펜은 볼펜으로 치지도 않았고, 조금더 멋진 샤프펜을 찾아 헤메(진 않았지만)기도 했었다. 그저 낙서용으로 사던 연습장도 항상 최상급의 종이를 가지고 반드시 하드커버 제품만을 사용했었고. 당시 중학생 용돈으론 매번 사치를 부리며 학용품을 사댔으니. 지금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필통배틀'이라는 것도 했었다. 자신의 필통에 들어있는 펜들의 총 가격의 합이 누가 더 높은가. 왜그랬지?

 솔직히 난 글씨를 잘 쓰는 편도 아니고, 뭐 미술에 소질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펜이 종잇장을 스치는 느낌이 좋아서 낙서를 해왔었고, 글씨모양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재미있어서 글씨를 썼었다. 공부를 할때도 사각사각 뭔가를 쓰면서 공부하다보면 결국은 내용보다 쓰는 과정을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였다. 수업시간에 연습장을 꺼내서는 이것저것 낙서만 해대다가 하루가 끝나기도 했었고. 아마 이런 것들의 영향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저 흰색 다이어리를 형형색색 펜과 색연필로 치장하고 있는 나를 보면 보통 친구들은 각종 욕을 퍼붓는다. 기집애도 아니고 그게 뭐냐고. (물론 관심을 보이는 몇 놈도 있지만) 하지만 한달 한달 monthly plan이 지나가고 한장한장 weekly plan이 지나갈때마다 화려해지는 (내생각에 그렇다는 거다) 페이지들을 보고있으면 자식 키워놓은 것 마냥 뿌듯하다.

 다이어리를 쓰는 것. 단순히 일기를 쓰는것 일 수도 있지만, 지난 날들을 되돌아 본다는 것이 참 도움이 많이 된다. 하루에 한번 잠깐 짬낸 십분 이십분동안이 모여서 이루어진 다이어리. 솔직히 스케쥴러라는 개념이 그렇게 뭐 시간을 알차게 쓰거나 그런 부분에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쓰지 않는다고 기억을 못하는건 아니니까. 사진과 마찬가지로 기억의 정형화다. '남는것'의 개념.

 이제 2009년. 해가 바뀌면 대망의 전역도 금방이다! 이제 2009년을 위한 나의 두번째 다이어리를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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