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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Blackberry

RIM Blackberry 9900 때늦은 후기.

 친구가 블랙베리를 사고싶다고 했습니다. 예전부터 꼭 써보고싶었다고. 그래서 9700을 알아봐주던 중 제가 꽂혀서 9900 예약판매를 달렸습니다. 그렇게 말도안되게 블랙베리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잘 쓰고있던 아이폰 4를 방출. 어차피 그때당시 아이패드 2를 너무나도 잘 쓰고있어서 아이폰은 몇가지 필수 어플들과 SNS+음악감상 용으로 사용하고있었습니다. 블랙베리 음악재생능력이 탁월하다는 소문을 듣고 주저없이 블랙베리로 가게 되었죠.



케이스가 상당히 고급스러웠습니다. 블랙베리의 이미지는 약간 비지니스? 고급? 뭐이런?

실제로 써보기 전까지 느꼈던 허황된 감정이였음을 알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



 디자인 하나는 정말 끝내줍니다. 아이폰이고 나발이고 없고 디자인은 레알 갑인듯. 사진을 뒤지다보니 뒷판을 안찍어놨네요 -.- 뒷판 역시 고무느낌이 나는 재질과 고급스러운 배터리 커버가 아주 잘 매치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마약같은 중독성을 가지고 있는 이시대 최고의 쿼티 물리키보드. 실제로 저 물리키보드가 익숙해지고 나면 장문의 타이핑조차 피곤하지 않습니다. 급한대로 노트필기까지 가능할 지경. 공중에 손가락을 붕 띄워서 키를 입력하는 가상 터치 키보드와는 달리 실제로 손가락을 떼지않고 키보드에 손가락이 닿은 상태로 미끄러뜨리듯 움직이면서 키를 누르는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손가락의 피로도가 굉장히 감소하게 됩니다. 이부분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이 되더군요. 키를 누르는 감도도 딱 적당하고, 특수문자 입력에도 편리합니다.



 그리고 사용하면서 느낀 저 트랙패드의 편리성 역시 키보드에 버금가는 최고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풀터치 스크린을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과는 달리 엄지손가락 하나를 트랙패드에 올려놓고 모든 스크린에 접근이 가능합니다. 이 역시 앞에서 기술했던것과 같이 손가락을 화면 전체로 움직이면서 사용해야 하는 풀터치 스크린과 다르게 손가락의 피로도를 줄여줍니다. 노트북으로 치면 IBM 빨콩같이요. 


 9900 이전 블랙베리에는 터치스크린을 지원하지 않아서 저 터치패드로만 조작이 가능했지만, 9900, 블랙베리 OS7부터는 스크린에 터치기능이 탑재되어서 터치패드와 터치입력을 기호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아무래도 블랙베리 OS 자체에서는 터치패드에 특화된 인터페이스 덕분에 터치패드로 편리하게 사용 할 수 있지만 웹서핑의 경우에는 여전히 터치패드로 커서를 움직이는 고전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부분에서는 터치패드나 터치스크린을 사용자가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변화되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리고 OS 최적화가 굉장히 잘 되어있습니다. 보급형 스마트폰조차 듀얼코어를 달고나오는 시대에 싱글코어 1.2 칩셋이 달려있지만 굉장히 빠릿합니다. 물론 그게 OS단을 넘어가게 되면 집어던지고 싶어질 정도로 느려 터지게 되지만 기본 OS내의 기본탑재 어플이나 OS구동자체는 굉장히 빠릅니다. 딜레이도 거의 없고요. 물론 이건 블랙베리 OS의 CUI(텍스트 기반 유저 인터페이스)지향적인 모습도 한몫을 하겠지만 일단 빠른건 사실이니까요. 



 문제는.... 장점이 저게 다라는 겁니다. 이제 수많은 단점이 남아있는데 모두 나열하려면 한참 걸리니까 중요한 부분만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1. 어플이 없음


 없어도 너무없습니다. 안드로이드가 이제 iOS랑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왔고 (물론 프로앱 시장은 여전히 iOS에 쳐발리는 수준이지만) 블랙베리는 그 역사가 엄청남에도 불구하고 어플이 너무 없습니다. 그나마 최근에 9900의 선전(?)으로 필수 어플들은 많이 올라와있다는게 다행이지만요. 개인적으로 iOS에서 사용하던 필수 어플들은 모두 있거나 대체가 가능합니다. Pocket Informant나 에버노트는 네이티브 앱으로 있고, 가계부 앱도 부족하지만 일단 사용할만한 놈은 있는 수준. Sound Hound 역시 Shazam으로 대체 가능하며 각종 뱅킹앱 역시 개발되어있습니다. 


 근데... 이게 답니다. 그 흔한 게임어플도 없어서 블베로 할만한 게임을 찾다 결국 포기. 블랙베리로는 실제로 어플을 사용하면서 즐거움을 느낄수 없습니다. 되는것에 감사해야합니다. 그리고 가격이 미쳤습니다. 정말 한심하다싶을 정도의 어플들이 가격은 장난아닙니다. 실제로 제가 구입했던 가계부 앱은 $10이나 주고 샀거든요. iOS에서 사용하는 편한가계부 ($3)에 비하면 정말 바닥수준의 퀄리티이지만요. 


 2. 속터지는 웹서핑


 블랙베리를 사용하신다면 웹서핑은 포기하시는것이 좋습니다. 정말 인내심의 한계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제가 9900에서 아이폰3Gs로 넘어갔었는데 인터넷 속도가 비슷한거같습니다 -_-;;; 와이파이는 그나마 나은데... 5천원이나 더 주고 BIS를 사용하는 귀하신 3G 인터넷은 가히 상상을 초월합니다. 피쳐폰이냐?


3. 그지같은 GPS


 블랙베리 자체 지도앱은 일단 논외로 치겠습니다. 사용할수 있는 데이터가 아니거든요. 그나마 구글맵을 사용할수있는데, 이건 사용하라고 만들어놓은건지 뭔지 도저히 알수가 없습니다. 차라리 가방에 있는 아이패드를 꺼내서 지도앱을 켜는게 더 빠릅니다. 카메라에 지오태깅을 위해 GPS를 항상 켜놓는 편인데, 카메라 구동이 되어도 GPS를 못잡아서 결국 지오태깅이 안되는 무슨 병신같은 경우가 생깁니다. 아니 그래도 한 회사의 플래그쉽 모델이 뭐 이따구야(...)


4. 고정초점 카메라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9900은 그당시 RIM의 플래그쉽 스마트폰이였습니다. 근데 카메라에 AF가 안돼.... 스펙을 보면 AF가 필요없이 소프트웨어적으로 모든 구간에 초점을 맞춘다는 소리가 적혀있는데 헛소리집어치우고 FF(Fixed Focus)입니다. 조리개를 조여서 초점이 맞는 거리를 늘려주는거죠. 사진에 조금이라도 관심있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조리개를 조이면 렌즈가 어두워집니다. 결과물은 말할것도 없죠. 요즘 카메라가 구리다는 스마트폰들도 9900에 비하면 양반입니다. 아, 밝은날 야외에서는 그나마 잘나옵니다. 그건 일회용 카메라도 잘나오는데


 더 열받는건 9000시리즈 후속작인 9900에는 AF가 없는데 9700 시리즈 후속작인 9790에는 AF가 있다는거. RIM ㅗ


 전에 관련 포스팅을 한적이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이쪽을 참고하세요. <-


5. 배터리


 제가 블랙베리로 그동안 가지 못했던 이유가 카카오톡이 없어서 였습니다. 별로 좋아하는 플랫폼은 아닐지라도 카카오톡을 안깔면 당장에 불편한게 많아서요. 근데 블랙베리에 카카오톡을 깔면 배터리가 아주 광탈하다 못해 흡수됩니다. 대기만 걸어도 하루가 못가 이게 뭐야 무서워... 물론 버전이 정식버전을 거치고 조금씩 나아지고있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배터리테스트를 하자고 카카오톡 버전을 갈아가면서 설치를 해야된다는 사실이 흠좀무. 그렇다고 배터리 아끼자고 카카오톡을 안쓰는건 좀 말이 안되는거같고...


6. 너무 긴 인덱싱 시간

 

 배터리를 갈거나 어떤 이유로 블랙베리를 껏다가 켜면 SD카드 속의 미디어 파일들을 인덱싱을 합니다. 근데 이게... 너무 오래걸립니다. 집에 나오기 직전에 배터리를 갈고 집에 나오면 버스타러 도착할때쯤 인덱싱이 끝납니다. 뭐라?? 당연히 음악재생을 못합니다. 안드로이드도 매번 인덱싱이 있지만 이정도는 아니던데 말이예요.



블베랑 ㅂㅂ하면서 찍었던 사진.


 그렇게 블베는 의무사용기간 4달을 채우고 유심기변으로 팔려나갔습니다. 그리고 아이폰 3Gs를 다시 들였다가 이놈도 도저히 못쓰겠어서 1주일만에 도로 아이폰4로 돌아온것이 함정. 아직 블랙베리 잔여 할부금을 내고 있습니다 흑흑. 


 어쨌거나 블랙베리는 훌륭한 스마트폰입니다. 다만 많은것을 바라면 안되고, 딱 SNS용도로만 사용한다면 훌륭한 용도가 될것 같습니다. 수많은 단점에도 여전히 블랙베리가 포지션을 일부 차지하고 있는것은 대체 불가능한 물리키보드라는것이 있기 때문이니까요. 세컨폰으로 사용하기 딱 좋을듯. 아이팟 터치랑 병행해도 좋을것 같습니다. 아이패드는 일단 너무 크니까... 패드는 패드만의 포지션이 있어서 폰처럼 수시로 사용하는 어플들을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거든요.


 최근에 블랙베리 OS10을 탑재하고 나올 쿼티탑재 N시리즈의 사진이 유출되었었습니다. 액정이 1:1비율로 늘어나면서 트랙패드가 없어졌는데 굉장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안드로이드 어플이 가상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어떻게 될런지는 나와봐야 알겠지요. 물론 기대는 별로 안하지만... 아무튼 이렇게 블랙베리와의 추억을 정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