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임팩트. 나에겐 이만큼이나 의미가 있는 공연이었다. 2005년 세발까마귀 이후, 거의 1년만에 간 공연이었지만, 최초의 공연이라고 봐두 무방할듯 싶다. 지금 이렇게 공연에 미쳐 날뛰는 계기를 만들어준, 내가 처음으로 가서 벅찬 감동을 느끼며 음악을 듣는다는 것을 알게 해준 그런 공연이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락 음악을 듣기 시작했었다. 처음엔 가요, 그러다가 외삼촌에게 받은 BSB의 베스트 앨범을 듣다 해외 팝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어 빌보드 차트의 음악을 하나하나 들어보면서 내 입맛에 맞는 음악을 골랐었고, 세월이 흘러갈수록 내가 만든 CD에는 락의 비중이 높아져 갔다. 그 처음이 되는 것이 KoRn의 here to stay였다. 곧 KoRn은 best밴드가 되었다. 그리고는 수년간 내 안에서 1위를 놓치는 일이 없었다.
그때는 아직 '커뮤니티'하면 다음카페였었다. 예전에 가입해둔 KoRn 팬카페에서 티켓 공동구매를 진행했었다. 꽤나 저렴한 가격에 나는 예매했던 번호를 취소하고 다시 카페에서 티켓을 주문했는데 내가 예매했던 번호보다 훨씬 뒷 번호를 받게 되어서 약간 어이가 없었다.
첫 공연이였지만 굉장히 많은 경험을 했다. 공연 전날 Hotel Attack만 참가했었는데, 운이 좋아서 멤버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었다. 개인적으로 싸인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서 사진찍는데만 열중했고, 그 결과 멍키와 필디와는 단독샷을, 데이비드와는 세명이서 찍는 큰 성과를 낳았다. 조나단은 피곤했는지 그저 실실대면서 손을 흔들기만 하고 그냥 차로 들어가버렸다. 그때부터 농담반 진담반으로 '존나단'이라고 외치며 조나단의 안티를 부르짖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아쉽다. 조나단이라는 보컬리스트를 그렇게 좋아했는데. 그래도 호텔에서 5시간이나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나도모르게 말이 헛나오고, 사진을 찍는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당시 동영상이나 사진을 보면 참 그때의 기분을 그대로 알 수 있는듯.
공연이 열리던 올림픽 홀 앞에 콘 팬카페 회원분들과 모여서 'we aRe still KoRn in the Family' 라고 써있는 직접 제작한 현수막 앞에서 사진을 찍고, 들어가기 전에 한참을 기다린 줄. 그곳에서의 떨림을 아직도 기억한다. 당시 KoRn은 나의 우상이었고, 죽어라고 그들의 음악을 들었으니. 거기다 이런 규모의 공연은 처음이다. 엄청난 세팅 타임이 지나고 오프닝 밴드인 '10years(십년들이 아니다-_ -)'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당시 내 스타일이 아니라서 별로 즐기진 못했지만, 그 공연 후 또 10years는 굉장히 좋아하는 밴드가 되었다. 약 1시간 정도의 오프닝 무대가 끝나고, 또 엄청난 세팅타임.... 그동안 기대감에 부푼 내 심장은 터질듯 뛰었고, 입장후 들려오는 'It's on'에 곧바로 정신줄을 놓고. 그때 헤드의 탈퇴로 나머지 4명만 내한을 했었는데, 헤드의 빈자리는 4마리(?)의 세션들이 채워주었다.건반하는 말, 코러스, 철판치는 토끼, 퍼커션 치는 돼지, 백업기타치는 늑대 덕분에 헤드의 빈자리는 그리 신경쓰이지 않았고 오히려 더 충만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특히 철판을 미친듯이 때려 부수던 토끼가면은 정말 최고였다.
setlist
01.It's On
02.Clown
03.Divine
04.Love Song
05.Falling Away From Me
06.Souvenir
07.Here To Stay
Munky Interlude
08.Liar
09.Counting On Me
10.Somebody, Someone
11.Throw Me Away
12.Shoots and Ladders
13.Need To/Lies/Make Me Bad/Thoughtless
14.ADIDAS/ Twist
15.Coming Undone
16.Got the Life
Encore
17.Twisted Transistor
18.Hypocrites (extended opening)
19.Freak On a Leash
20.Blind
<내한공연 setlist, Right now는 왜... y'all want a single도...>
이날 공연이 끝나고 목이 아파 죽는줄 알았다... 안그래도 힘든 노래들을 죽어라 떼창을 해댔으니. 특히 Souvenir, Here To Stay, ADIDAS, Twist, Got the Life, Hypocrites, 그리고 마지막에 Blind까지.... 거기에 아직 헤드뱅잉이 익숙치 않을 때라서 너무 목근육을 혹사시켜서 디스크에 걸리는줄 알았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는 거의 탈진상태까지. 하지만 그래도 아직 젊을때라서 2시간에 가까운 공연 내내 슬램+헤드뱅잉을 소화할 수 있는 무한체력이 있었다. 지금은 안되던데... 역시 젊을 때 뭘 해도 해야한다.
이 공연 이후로, 음악은 리시버를 통해서만 듣는 것이 아니란 걸 깨닫게 되었다. 가만히 앉아서 음악을 듣는것도 좋지만,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 여럿이서 모여 함께 몸을 부딪치며 뛰어노는 것. 이것이 공연장을 매번 다시 찾게 되는 이유인 듯. 그 시작을 알리는 KoRn의 내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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