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이야기

[복막염 투병일지 마지막] 마늘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사과의 노래 2012. 6. 17. 03:03



  이렇게 저도 복막염 투병일지의 마지막을 작성합니다. 1시간 전쯤 마늘이가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사진이 마늘이가 떠나가기 한두시간 전쯤의 마지막 사진이 되겠네요. 복막염 판정을 받고 20일이 되는 날입니다. 요근래 5일정도 마늘이가 아무것도 먹지 않았습니다. 가끔 입에 뭘 대긴 하지만 그냥 할짝거리다 마는 수준이였고, 물만 가끔 먹으면서 계속 화장실에서도 감자만 나왔었구요. 


 오늘도 야간알바가 있어서 저녁쯤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마늘이가 제가 일어나니까 움직이는데, 이상하게 일어나지를 못하더라구요. 계속 쿵하고 넘어지기만 했습니다. 일으켜줘도 그대로 주저앉고... 많이 불안해서 결국 이동장에 넣어서 알바하는곳까지 데려왔었습니다. 계속해서 콧물과 침을 흘려서 닦아주면서 오늘밤을 넘기기 힘들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떠나가지 마음이 많이 아프네요.  

  

 마지막으로 어제 잠들기 전 마늘이가 오랫만에 저에게 웃음을 줬습니다. 생강이에게 고양이 육포를 한조각 줬는데, 그걸 고새 마늘이가 물고 도망가더라구요. 생강이는 다시 뺏으려고 발길질 하다가 결국 빼았긴 했습니다 ㅎㅎ 그래서 마늘이를 들고 방으로 들어와서 육포를 주니 킁킁대다가 입에 대긴하는데... 씹을 힘이 없는지 몇번 냥냥거리다가 그냥 놓아버리더라구요. 그래서 몇조각 찢어다가 물에 불려놓긴 했는데, 결국 먹지는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따가 알바가 끝나는대로 뒷동산에 가서 묻어줄까 합니다. 동그랗게 말려서 차갑게 식어가는 마늘이를 보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마늘이는 저를 만나서 행복했을까요. 마지막에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숨을 멈췄을까요. 


 마늘아, 그동안 나와 함께 해줘서 너무너무 고마웠어. 너도 행복했길 바랄게. 사랑한다 우리 마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