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이야기/공연후기

20050814 : 2005 세발까마귀 락 페스티벌.

사과의 노래 2008. 11. 18. 19:32

 음악을 듣게 된 것, 특히 락 음악을 듣게 된건 꽤나 오래된 일이지만, 락공연에 미쳐서 여기저기 다니게 된 것은 그다지 오래된 일이 아니다. 대학교 1학년을 올라가서부터, KoRn의 내한을 다녀오고부터니까. 그 1년전, 희미하게 남아있는 공연의 기억이 있었다. 바로 당시 살았던 춘천에서 했던 조그마한 락페스티벌. 세발까마귀 락페.

 기억이 나서 조금 찾아봤는데, 나름 역사있는 락페였다. 내가 갔던 2005년도가 7회였고, 작년 2007년에 9회를 했고 아직 올해는 안한 모양이다. 아직인지 안하는건지. 그래도 춘천 촌동네에서 정말 소규모로 하는 페스티벌 치고는 굉장한 경력이다. 홈페이지가 공사중이라서 정확한 정보는 찾을 수가 없어서, 기억을 더듬어 후기를 써본다.




 

뭐 그당시 내 음악 취향은, 거의 뉴메틀이 최고의 음악이였고, 조용한건 듣지도 않았다. 단지 죽어라 달리고 지르는 음악만 죽어라 달렸었으니까. 그래서 이 락페에 특별히 인상깊게 남은것이 없었다. 처음으로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나가서 나름 '슬램'을 했었고, 나름 '스캥킹'을 했었으니. 같이 갔던 친구가 나름 '모슁'을 했을때 나는 그놈에게 화를 냈었다. 왜 차냐고. 

  주로 춘천 지역 대학교 락동아리에서 나와 커버곡을 했었고, 아는 노래만 나오길 기다렸었는데 내 기억으론 메탈리카 곡이 나왔...었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 어쨋든 나왔던거 같은 음악은 메탈리카였고, 나머진 모르는 음악. 그저 신나는 음악이면 뛰고 난리를 쳤었겠지. 처음엔 진짜 부끄러워서 나갈까? 나갈까? 했는데 몇명이 우르르 뛰쳐나가는 김에 껴서 같이 뛰어나가서 뛰기 시작했다. 나중에 안 거지만, 그때 우르르 뛰어나간 사람들은 출연하는 밴드들이였고, 아마 분위기를 만들려고 그랬지 않았나 싶다. 나중에 같이 갔던 친구 두명이랑 우스갯 소리로 "저거 나중에 신문이나 해서 나오면 앞에 뚱뚱한놈 하나랑 홀쭉한놈 하나랑 힙합 옷 입었던 놈 하나 난리치고 있는 사진하나 나오겠는걸?" 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진짜 락 공연에서 즐길 수 있는 모션들에 전무한 상태로 놀았었다. 참으로 순수하고 쪽팔렸던 기억이다.

 좀 이름있는 밴드중에서 기억나는 밴드는, 사실 알아보면서 놀랐었는데, ETPFEST 2008 전야제 때 오프닝을 맡았던 'swimming fish'. 그당시 기억으로는 예쁘장한 보컬이 기타메고 나와서 "여러분 일어나세요~" 라고 했더랬다. 일어나지 않았지만. 참 부끄러운 기억이지만 그때는 때려부시는 음악이 아니면 별로 관심이 없었으니까. 우리가 그 전에 펑크인지 뭔지 아주 난리를 치고나서 힘들어서 앉아있었으니까. 그다지 뛸만한 (그당시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음악이 아니여서 그냥 우리는 무대 바로앞에 주저앉아서 박수만 치고 있었다. 그래도 꿋꿋하게 박수유도를 했었고, 우리는 나름 신나서 재밌어했고.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 후반부 무렵엔 우리도 일어나서 신나게 뛰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모티콘... 지금도 좋아하는 밴드는 아니지만 나름 인지도 있는 밴드인데 그때도 나왔었구나 싶다.. 이 밴드는 전혀 기억이 없다. 솔직히 스위밍 피쉬도 난 잘 모르니까.

 이게 내 인생 최초의 공연이였다. 무료공연이였고, 춘천에서 해서 참 보기 쉬웠던 공연이다. 그래서 보게 된 거겠지만, 어쨋든 '최초'라는 타이틀이니까. 이 공연이 기억이 그다지 남지 않았던 이유는 아마도 내가 아는 밴드가 안나와서겠지... 하지만 재미있었다. 이런 것도 있구나-했던, '귀'로 듣는것만이 음악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으니까.